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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아이와 함께가는 미국이민 2 (ft. 소아과)

아이가 아플때 어떻게 해야할까



미국 이민을 가서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소아과 병원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가서보니 선진국이라 한국과 시스템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우선 가자마자 집과 차를 구하기도 전에 아이가 아파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소아과를 찾아다녔다.
미국은 주치의 시스템이라서 어떤 병원이든지 (응급실 빼고) 의사의 기존 환자가 아니면 잘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새로운 환자를 (new patient) 받는지 계속 물어봤지만
회사에서 일도 시작하기 전이고 보험이 없는 상태여서 진료봐주는것조차 꺼려했다.

그렇게 매일 울다가 현금으로 돈을 내면 봐주겠다는 곳이 있어서 찾아갔다.
하지만 7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 의사는 도대체 병명을 모르겠다고….
이렇게 돌고 돌아서 4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마지막으로 갔던 의사선생님께서 접촉성 피부염 + 2차 감염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처음 갔던 곳에서는 그냥 스테로이드를 바르라고 발라줬는데 다른 곳에서는 2차 감염으로 상처가 벌어져있던 경우엔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상처가 난 곳이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고….ㅜ)
결국 나아졌지만 정말 매일 울었고 당장 한국으로 가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13개월 된 아이가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아팠던 우리 아가 13개월 손


그 후, 회사 근처에 소아과 병원에 한국말과 영어를 쓰는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아과에 전화한 후에 새로운 환자를 받는지 확인하고 등록하러 갔다.

한국은 아이를 소아과에 데려가서 진료를 볼 경우 보통 주민번호하고 이름, 주소, 연락처 정도가 필요한데
미국 소아과 병원에서는 아이가 몇주차에 태어났는지부터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그리고 조부모, 외조부모를 포함해서 직계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병명 등을 등록 서류에 다 체크해야한다.

영어를 잘 하시는 분들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우선 몇 페이지에 달하는 질문들에 생소한 단어와 병명들까지 너무 낯설었다.
또 미국은 병원 내에서 전파가 안터지는 곳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 생경한 단어들을 고군분투하며 남편과 둘이 인터넷 사전으로 찾아서 거의 30분에 걸쳐 간신히 작성했다.

Pediatric Patient Registration Form Sample 일부 발췌


보통 접수 전이나 후에 한국에서 가지고 간 영문 예방접종서류와 보험카드를 낸다.
처음 갔을땐 보험카드가 우편으로 배송이 안와서 인터넷으로 프린트한 임시 보험카드로 냈다.
접수 받으시는 분이 이 보험이 되는지 안되는지 보통 확인을 해줬다.

기다린 후에 간호사가 와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몇번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들어가서는 기저귀와 옷을 벗겨놓으라고 하는데 응급상황이 생길까봐(?)
기저귀는 안벗기고 대충 옷을 벗긴후에 추울까봐 겉옷으로 꽁꽁 감고 안고 있었다.
들어가서 한참 기다리면 간호사가 와서 왜 왔는지 물어보고 차트를 작성하고 몸무게나 키 등을 잰다.
또 한참을 기다리면 소아과 의사가 와서 왜 왔는지 물어보고 처방이 필요한 경우 처방을 해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의심되는 병명들을 단어만이라도 말해주면 의사가 맞는지 아닌지 보통 설명을 해준다.

이때, 알아야 하는것이 처방전을 소아과에서 팩스로 약국에 보내줄 수 있는데
우리가 가서 약을 받을 수 있는 약국의 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놔야한다.
약국이 대부분 편의점 같은 곳과 붙어있어서 우리집 주소 근처로 대충 알아보면 되겠지만
아까 언급한대로 인터넷이 잘 안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한두군데 정도는 약을 받을 약국의 주소 및 전화번호를 알아놓고 핸드폰에 적어서 가는게 좋다.

진료가 끝난 후 보험의 종류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면 끝난다. (내 보험의 경우 내야하는 진료비가 USD 45 정도였다.)
진료비 납부 후에 약국을 가면 되는데 보통 아이가 어리고 drive-thru가 가능한 약국이라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drive-thru를 통해 약을 픽업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Drive Thru Pharmacy


여기서 또 꼭 잘 보관하면 좋은 것이 진료비 영수증이다.
미국의 병원비 청구 시스템은 정말 상상이상이라는 것을 몇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났더라도 꼭 가지고 있는게 좋다.

보험회사에서 제대로 소아과에 지불을 안했을 경우,
소아과에서는 나에게 나머지 금액을 청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생겨버린다.
그럼 나는 그걸 다시 소명하듯 소아과 영수증을 찍어서 보험회사 사이트에 올리고
보험회사에서 확인한 후에 소아과에 업데이트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지 싶었지만 한두번이 아니어서
회사 모니터 사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아이 소아과의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놨었다.

제일 복잡한 경험은 둘째 출산후 출산에 대한 비용 청구였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도 정말 피말리는 일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이민을 가면서 가장 좋은 것은 아이를 포함해서 온 가족이 아프지 않는게 가장 좋겠지만,
혹시의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주치의를 정할 수 있도록 클리닉에 전화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족중에 누구라도 급하게 아픈 경우, 정말 숨이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응급실을 가기전에 Urgent Care라는 곳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Urgent Care는 조금 일찍 열고 조금 늦게까지 하고 주말에도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

아이 때문에 갈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예를 들어, 아이의 증상이 전염성이 있는 수족구처럼 보일 경우에 갔었다.
이 때 진료비는 내 보험의 경우 USD 50 정도였다.
주치의가 아니고 아이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의사가 보는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급하게 진료를 받는게 낫다고 생각할 경우 갈 수 있는 곳이었다.

Urgent Care Image